이영호 교수님 마중물 통신 4월입니다.
2022년 4월의 ‘마통’ 통산 90번째
- 어머니 조문을 와주신 고마운 분들께 -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장편 시 ‘황무지’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가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싸 감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엘리엇은 제1·2차 세계대전 후 수많은 주검이 뒤덮여 있는 땅에서 새싹과 꽃들이 피어나는 걸 보고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 ‘잔인한 달’이라는 묘사가 나의 피부에 잔인하게 다가왔다. 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의식을 치를 때 함께 슬픔을 나누어 주신 많은 분 덕분에 ‘잔인한 달’이 그래도 살아볼 만한 포근한 시간으로 다가왔음을 고백하며 인사를 드린다.
感謝의 말씀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4월 24일 저희 어머님 상을 당하였을 때 바쁘신 와중에도 각별하신 조위와 후의를 베풀어 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어머니는 올해 85세로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개도’라는 섬)에서 나고 자랐으며, 결혼 후 곧 아버지와 함께 부산으로 와서 기름 관련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를 도우시며 함께 사업을 일구셨고 아버지 사업이 몇 번의 부침으로 여러 가지 힘든 일도 하시며 굴곡 있는 삶을 사시면서도 중도 시각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내조하며 자녀(2남 1녀) 사랑이 지극한 여장부이셨습니다. 자나 깨나 늘 자식들, 손자들 걱정과 특히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달리 각별하셨고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당찬 분이셨습니다. 송도교회 권사로서 봉직하며 기부도 열심히 하시고 올곧은 신앙심으로 자식들손자, 손녀들을 위해 늘 기도하신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약 15년 전에 경미한 뇌경색이 있어 치료받은 후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오며 관리해오셨고 무릎 관절이 안 좋고 다리가 안으로 굽어 보행에 다소 불편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잘 지내오셨습니다. 3월 24일 아들이 좋아하는 도다리쑥국을 끓여 주려고 시장에 도다리를 사러 가던 중 아파트 도로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던 중 합병증으로 폐 기능 손상(폐렴, 폐부종, 패혈증)으로 호흡이 떨어져 인공호홉기에 의지하며 치료받던 중 신장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혈액 투석하며 투병하시다가 정확히 한 달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자식들에게 부담주시지 않으려고 자식 모르게 올 1월에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 등록증을 발급받아 놓은 것을 보니 마음이 더욱 애통합니다.
이제 많은 애통함, 아쉬움, 애석함이 있지만 어머니를 아버님이 고이 잠들어 계신 정족산 삼덕공원묘원 양지바른 곳에 화장한 유골을 함께 모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생명수 머금은 포근한 대지의 품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찾으셨으리라 믿고 마음의 안도를 하고 있습니다.
장례를 무사히 마치게 도와주신 후의와 위로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마땅히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인 줄 아오나, 우선 글로써 감사의 말씀을 드리오니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댁내에 대소사가 있을 시에는 연락을 주시어 미력하나마 저희가 보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2년 4월 30일
이 영호, 이 영희, 이 영부,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