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이야기_국립정신건강센터
【자신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13학번 송해윤입니다.
국립대학병원과 권역재활병원에서 소아작업치료사로 일하다가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이직하면서부터 정신건강분야에서 작업치료를 시작하여,
현재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 1기 수련생으로 근무 중에 있습니다.
(정신건강작업치료사 2급 수련 과정 중 임명장 수여식)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 현재 저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건강작업치료사 2급 수련과정중에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국립정신병원 5곳(서울, 춘천, 공주, 나주, 부곡)중에 하나인, 서울에 소재한 국립정신의료기관입니다.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으로, 진료나 재활치료 뿐만 아니라 국내 정신건강 관련 연구를 통해 지표나 표준을 개발하여 전국에 보급하고, 국가 정신건강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등 공공정신의료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이 곳에서 작업치료사 선생님들은 소아와 청소년부터 성인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아의 경우 정신과적 진단을 받은 아동들에게 감각통합치료를 제공하고, 청소년, 성인, 노인들의 생애 주기적 특성에 맞는 작업치료공예, 운동치료, 원예치료, 노인작업치료 등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편인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직업재활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직업재활 역시 작업치료사 선생님께서 담당하고 계시는데, 바리스타 필기수업, 실기수업을 통해 실제적인 자격증 취득을 도모하고, 센터 내에서 직업재활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한우리 카페’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외부 취업에 성공하여 유지 중인 분들도 계시고, 만족감과 성취감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진행 뿐만 아니라 대상자들의 개별적인 사례 관리를 진행하며, 이와 관련하여 케이스 논의를 통해 의료진이나 타 직종 선생님들과 공유하여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수련생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 역시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기도 하고, 진행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재활의학과의 작업치료사가 대부분 그러하듯, 저 역시 1대 1 치료만 경험해보아서 정신건강의학과의 그룹 프로그램 진행이 새롭고 도전적이지만, 개별 프로그램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그룹 프로그램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어 즐겁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예치료실에서의 사진)
【현재의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 학부 2학년 임상실습 때, 우연히 알코올 중독이신 분의 작업치료를 딱 1번 보게 됐습니다. 당시 그 분은 작업기억이 굉장히 저하되어있어 3개 정도의 정보만 기억이 가능하셨고, 이에 대한 인지치료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나 땀을 많이 흘리고, 손을 떠는 증상을 보이며 치료 중단을 원하셔서 귀가하셨습니다. 그 분에게 ‘작업치료사로서 다른 중재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손을 떨고 초조해하는 금단 현상에 대해 치료를 중단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은 3학년 때 배우게 되는 정신사회작업치료 수업시간에 집중하여 공부하게 되었고,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학석사과정 중 보건소와 연계하여 방문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파킨슨을 진단받으신 한 대상자분과 면담 중 지리멸렬하고 피해망상적 사고가 느껴져 파킨슨 관련 연구를 찾던 중, 파킨슨 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면 조현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논문을 찾게 되었습니다. 담당 선생님께 보고 드렸고, 그 분은 절차에 따라 정신건강전문요원 선생님과 동행하여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가능했던 것은 작업치료사가 정신건강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부심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렇게 정신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중 작업치료사가 정신건강전문요원에 포함되는 법안이 제정되었고, 지금까지 하던 소아작업치료를 그만두고 정신과를 도전하는 것에 대해 2년 정도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도전해보고, 혹시나 다시 소아로 돌아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경력인 5년차에 정신건강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8년차인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일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 무엇보다 학부 시간에 책에서 배운 작업치료스러운 작업치료를 해서 성과가 나타났을 때 더욱 더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전 직장인 정신건강 복지센터에서의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수면 습관이나 식습관 등 일상생활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조현병 진단 대상자 분이 계셨습니다. 잦은 야식으로 인한 비만이 가장 고민이라고 하셨던 분이었는데, 가장 먼저 수면습관을 위해 주간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탐색하고 참여를 권유하여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하고, 이 루틴이 익숙해지면 체중 관리를 위해 귀가할 때에는 버스에서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서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상생활에 대한 접근을 작은 단위부터 진행했고, 이후에도 루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여 제가 퇴사할 때까지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계셨습니다. 마지막에는 대상자 분이 스스로 변화를 느꼈고, 감사하다고 눈물을 보이시기도 하셨습니다. 대상자 분의 내적 동기를 강화시키고, 일상생활을 변화시킨 경험이라 저에게도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꼈던 경험입니다.
【선생님처럼 일하기 위해 학생 때는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 제가 임상에 나가기 전에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치료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임상에 나와 보니, 치료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모두 학부생 때 배웠더라고요. 학부생 때 배운 모든 내용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배웠기 때문에 어떤 책의 어느 부분에서 찾아야 하는지는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찾아보면 금방 기억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환자를 마주하면 이전에 임상실습 때 본 치료시간들이 떠오르고, 그 때 본 것들을 모방해서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열심히 집중해서 공부하시고, 임상 실습 때에도 어떤 환자의 어떤 증상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주의 깊게 보시고, 고민과 질문도 많이 하시면 어떤 분야든 잘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정신건강전문요원에 작업치료사가 포함되면서부터 작년(2023년)부터 수련생 모집이 시작되었는데요, 작년엔 국립법무병원에서 1명, 올해엔 국립정신건강센터도 1명 모집을 하여 전국에 총 2명이 수련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수련기관과 인원이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정신건강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비전문요원으로도 일할 수는 있지만 전문요원 수련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 무엇보다 동기들,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즐겁거나 뿌듯할 때, 불만스럽거나 억울할 때, 혹은 일하면서 고민되는 부분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타 직종에 비해 더 적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나누고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직업적 동료이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000시간의 임상실습 경험, 그리고 방학 때 선배들을 만나서 진행했던 골학, 근육 스터디, 동아리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제대학교 졸업생으로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작업치료는 분야가 넓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첫 취업이 원하는 기관이나 분야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혹은 원하던 곳에 취업을 성공했는데, 막상 나와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말 그대로 그냥 처음 취업한 곳일 뿐이니, 너무 부담 갖거나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천천히 진로 고민을 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대학 생활에 집중하시면서 즐겁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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