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교수님 마중물 통신(2022-2월)
2022년 2월의 ‘마통’ 통산 89번째
- 20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
매년 짝수 달 마지막 주에 쓰고 홀수 달 첫 주에 보내는 마음이 담긴 한 단어가, 한 문장이 나를 아는 모든 분에게 위로와 힘이 그리고 사유와 실천력이 용솟음치도록 하는 ‘마중물’ 이 되길 소망하며…….
마통 89번째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발생하는 상실과 살아가며 겪는 상심(heartbreak; 마음이 부서지는 것, 비통함)은 사랑과 기대가 신뢰가 나와 우리를 저버릴 때, 한때 의미를 지녔던 것이 메말라버릴 때, 치명적인 질병이 발병할 때,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경험하게 되며 이는 사람들을 살아 내야 하는 삶 속으로 끌고 가서 비통함에 빠지게 하고 괴로움에 힘겨워하게 만든다.
이제 다음 주 수요일 밤이면 현재 온통 나라를 갈라놓은 듯한 양 당간의 정치세력들이 국민에 의해 선택받거나 잃는 결과표가 나오게 된다. 그리하여 조만간 최종 대통령 당선자 공표에 따라 어쨌든 많은 사람은 큰 상심을 겪게 될 것이 자명하다.
내가 선거를 며칠 앞두고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이 시점에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다음 수요일(19일) 이후 큰 상심을 겪게 된 사람들의 행동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선거 이후 상실감과 허탈감으로 더 큰 분열과 그 상심이 폭력적으로 되어 상대를 적대시하는 경우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가장 냉철한 판단력과 지성을 통해 가만히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질문해 보고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혹시 나는 지나치게 경도되거나 확증 편향된 정보에 치우쳐 지나친 자기 확신이 있지는 않은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적으로 맞고 상대의 생각이 전적으로 틀린 것인가? 나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판단하려고 노력했는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언론사, 기사에 너무 치중하고 신뢰하지는 않는가? 나는 얼마나 결과를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큰 상실감과 상심(비통) 관련하여 나는 몇 가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은 이들을 알고 있다. 처음에 그들은 큰 슬픔으로 절망에 빠지며,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내면 작업을 통해, 이들은 마음이 더 커지고 자비로워졌음을 깨닫는다. 상실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상실 때문에 타인의 슬픔과 기쁨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더 향상된 것이다.
고통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불가사의한 한 경험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업보(業報, 카르마)이다. 이러한 고통은 우리 마음을 부서지게 한다. 그래서 이것을 heartbreak -마음이 부서지는 것, 상심, 비통함-, 고통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고통은 전혀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우선 마음이 석회석이나 유리병 같이 푸석거리거나 경화(경직)되어 있으면 조각조각 난 파편으로 부서지기 쉽다. 그래서 고통으로 마음이 충격으로 폭발할 때 자신을 산산이 부숴버린다. 그리고 고통이 표면적인 이유처럼 보이는 타인을 향해 수류탄처럼 던져지면서 상대를 쓰러뜨리기도 한다.
반면, 마음이 유연하면 산산이 조각난다기보다 부서져 열리기도(open) 하는데, 이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위한 더 큰 능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이다. 오직 유연한 마음만이 새로운 생명으로 열리는 고통을 품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나? 내가 생각하는 답은 육상선수가 부상을 피하고자 다리 근육을 스트레칭을 하듯이, 마음의 스트레칭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훈련을 하면 마음이 유산탄처럼 조각조각 파편화될 가능성은 줄어들고, 부서져 광대함으로 열릴 가능성은 커진다. 나는 이제 우리 국민이 모두 지금이 마음을 스트레칭할 때이고 이러한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결국 이 방법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받아들여라.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이다.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사실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힘든 나’를 위해 어떤 마음 스트레칭과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인가?
세상일이 나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인가? 어떻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마음과 같겠는가? 그리고 어린아이같이 자신의 실망을 재앙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사실 누군가에게 화가 났거나 상심했다면, 그건 사실 당신 처지에서만 상황을 바라보았을 수 있다. 살다 보면 때로 상심하고 화날 일이 있고 이럴 때 대개 다른 사람의 탓도 있지만 자신에서 비롯된 것도 많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호락호락 망하지 않는 나라다. 지도자가 잘못하면 사회적 비용이 더 들고 발전과 성장이 더딜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것을 토대로 또 새로운 정치세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된다. 역사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우리 모두 차분히 자기 일에 집중하면서 너무 과도하게 자신을 무언가에 투사하지 말자. 그러면서 힘든 일이 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고 마음 스트레칭이 어렵더라도 이를 악물고 견디면 그때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진다. 비로소 타인이나 외적 상황에 쉽게 자신이 탈탈 털리지 않는 나만의 마음 근육을 갖게 된다.
이제 비로소 언 땅 녹고 대지를 소리 없이 적시는 지하수와 실개천이 자연을 더욱 깨울 것이다. 이처럼 세월은 흘러간다. 받아들이자! 속으로 읊조리며 깊게 호흡하고 우리의 마음도 이같이 깨어나 활짝 문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