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학교는 부산 등 전국에 5개의 종합병원을 보유한 의료특화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 관련 교직원만 500명 이상으로 인제대 전체 교직원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다. 지방 사립대학에서 이만한 의료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춘 대학은 찾기 어렵다. 당연히 인제대 대표학과는 의예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제대는 ‘나노융합공학부’를 인제대 미래를 이끌 대표학과로 선정했다.
나노 단일학과 국내 최초 2001년 개설
‘BK21플러스사업’ ‘프라임사업’ 선정
융합 교과 과정, 3학년 때 세부전공 돌입
‘일학습병행제’ 맞춤형 교과과정도 장점
[태생부터 남다른 나노융합공학부]
인제대 나노융합공학부는 소자의 크기를 나노 크기로 축소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하고 규명하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초소형, 초고집적, 초고속, 초저전력 등 고기능성 미래형 첨단 소자를 개발하기 위한 전문 산업기술 인력을 양성한다.
나노융합공학부는 2001년 개설됐다. 나노 관련 단일학과로서는 국내 최초다. 나노융합공학부의 ‘태생’은 남다르다. 정부 주도나 지원이 아닌 순수하게 인제대 의지로 나노학과가 만들어졌다. ‘나노’라는 개념 자체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당시 나노 중심의 학과를 만든다는 것은 학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한기호 나노융합공학부 학부장은 “2001년 당시 백낙환 이사장이 나노공학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깨닫고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제대는 2004년 나노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성창모 박사를 인제대 총장으로 임명하고, 국내외 유명한 교수진을 대거 영입하는 등 나노융합공학부의 특화를 위해 집중 지원했다.
대학의 집중 투자 덕분일까. 나노융합공학부는 2014년 지방 사립대학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과 우수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마련된 BK21(Brain Korea 21) 플러스사업에 선정됐다. 이후 나노융합공학부는 2016년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의 핵심학과로 입지를 굳혔다. 신설 당시 80명이던 입학정원이 현재 100명으로 늘어났고, 2019년 현재 전임교수 12명, 명예초빙교수 1명, 연구교수 및 박사후 연구원 3명, 대학생원생 40명, 학부생 350명으로 구성돼 있다.
[탁월한 교과과정으로 미래 선도 학과 우뚝]
나노융합공학부의 교과과정은 특이하다. 태생부터 나노를 중심으로 학과를 만들다보니 그렇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노 중심 학과는 흔치 않다. 기존 학과에 나노를 붙여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노융합공합부의 교과과정은 말 그대로 ‘융합’ 그 자체다. 1학년 때는 물리, 화학, 역학 등 다른 학교와 비슷한 교과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2학년 때부터는 다르다. 전자공학, 생명공학, 고분자공학, 반도체공정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과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3학년이 되서야 비로서 나노반도체, 나노소재, 나노 바이오 등 세부전공에 들어간다. 이우경 나노융합공학부 교수는 “1~2학년 때 바이오에서 전자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뒤 3학년 때 세부전공에 들어가면 자신이 어떤 분야를 선호하는 지 알 수 있다”면서 “다른 학과생들과는 달리 우리 과는 융합 교과 과정을 통해 한 번 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나노융합공학부는 2004년 국내 최초로 한국공학교육인증원으로부터 나노공학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공학교육을 인증 받아 체계적인 나노공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평생지도교수제도를 도입해 재학생 모두 우수한 공학인으로 성장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맞춤형 교과과정이다. 나노융합공학부는 자격증을 원하는 재학생들을 위해 전기기사자격증 교과과정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학습병행제(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를 도입했다. 4학년 1학기때 산업체와 고용계약 맺고 2학기부터는 산업현장에 일하고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프로그램이다. 졸업 후 1년 동안 취업도 보장된다.
[최첨단 분야로의 진출과 밝은 미래]
나노융합공학부를 나온 졸업생들은 반도체, 태양전지, LED, 바이오, 신약개발 등 첨단 나노 관련 분야로 진출한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서울반도체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진출이 많다. 송한정 나노융합공합부 교수는 “졸업생들이 최첨단 분야에 주로 진출하는데 2013년의 경우 삼성전자에만 한 해 22명이 취업했다”면서 “융합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경쟁력이 타 대학에 비해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대학원 진학률도 높다. 나노융합공학부의 대학원 진학률은 해마다 30%을 넘어서고 있다. 이우경 교수는 “지방사립대학에서 대학원 진학률이 30%를 웃도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나노 학문의 전문성 때문이기도하지만 많은 지원과 유리한 취업 환경 또한 대학원 진학률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나노융합공학부의 미래는 밝게 전망되고 있다. 우선, 나노가 주는 미래지향적 이미지가 탁월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핵심 중 하나가 나노 분야다. 여기다 융합 교과과정을 통한 나노 전문 인재가 양성되다보니 취업률 또한 높다. 무엇보다 2022년 들어설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기호 학부장은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활성화와 관련해 밀양시와의 협업 논의가 진행 중이다”며 “밀양산업단지가 완성되면 보다 나은 연구환경 조성은 물론 전문 인력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도 방지돼 지역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성 기자 edu@busan.com